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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ARTIST

최미애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독일 슈트트가르트 국립조형예술대학 석사

전남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 박사


개인전

2020 제3회 허스토리 기획 공모 당선전/ 광주여성가족재단

2019 풍경을 잇다 / H갤러리

2019 숨을 잇다 / 광주아트페어 개인부스전 / 김대중 컨벤션 센타

2018 Family in the Shadow III / 양림미술관

2018 Family in the Shadow Ⅱ/ Milano Villa Burba (이탈리아)

2017 시간 잇다 잊다 / 금호갤러리

2016 Family in the Shadow / 예술공간 봄

2009 제25회 GROUP MASS 특별전 / 서울시립미술관 경희분관

2006 pre인천여성 국제미술비엔날레 / 인천 학생교육문화회관

2005 ...쉼 / CUBE Space

2003 휴식을 찾아서 /독일


현재

Group MASS, 한국여류조각가회, 한국조각가협회, 전국조각가협회,

광장조각회, 남도조각회 회원


E-mail. lcl0502@hanmail.net





그녀들의 연대기 (2020)



프롤로그_<그녀들의 연대기> 기획의 변

“여성들의 언어와 노동, 그리고 삶…우리 모두는 예술가다.”



여성의 언어가 때론 강렬한 힘을 발휘한다.

1970년대 미리엄 샤피로(Miriam Schapiro)의 페마주, 조이스 코즐로프(Joyce Kozloff)의 패턴, 페이스 링골드(Faith Ringgold)의 퀼트, 트레이시 에민(Tracey Emin)의 아플리케 등….

여성들의 언어로 여겨졌던 수공예적 작업은 이들 작가들에 의해 현대미술의 영역으로 편입되었다.

일상적 노동이 때론 비일상적 예술로 강력한 메시지를 지닌다.

마사 로슬러(Martha Rosler)의 조리 노동과 미얼 래더맨 유켈리스(Mierle Laderman Ukeles)의 유지 관리 노동에 대한 퍼포먼스는 여성들의 일상적 노동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 지 환기시킨다.

여성들의 삶 자체는 곧 예술이 된다.

수잔 레이시(Suzanne Lacy)가 기획한 <속삭임, 물결, 바람> 퍼포먼스에서 150여 명 백발 퍼포머들이 캘리포니아 해변에 둘러 앉아 삶과 희망, 죽음에 대한 내밀한 이야기를 나눴듯이, 주디 시카고(Judy Chicago)가 <디너 파티>에서 삭제된 여성들의 서사를 기리고 그동안 초대받지 못했던 여성 만을 위한 만찬을 펼쳤듯이 켜켜이 쌓인 여성들의 삶 자체는 장엄한 예술이 되었다.

<그녀들의 연대기>는 여성들의 언어와 노동, 그리고 감내했던 삶들을 전시 맥락 안으로 개입시킨다. 1970년대‘개인적인 것이 곧 정치적’이라는 페미니즘 미술 구호 아래 행해졌던 바느질과 퀼트 등이 가부장제적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의 도구였다면 2020년 광주에서의 뜨개는 세대와 국가를 초월한 연대의 수행이자 소박하지만 진심 어린 예술 행동이라 할 수 있다. 날선 구호와 변혁 보다는 공감을 전제한 연대의 움직임인 것이다.

<그녀들의 연대기>에서 ‘연대’는 여성들의 삶과 일대기를 의미하는 ‘年代’와 여성들이 서로 연결되고 함께 하는 ‘連帶’의 이중적 의미를 지닌다.


최미애 작가의 작품은 뜨개에 노동력을 보태는 여성들의 연대로 이뤄진 산물이다. 육아와 가사, 작업을 병행하는 일상 속에서 시간적 제약을 체감한 최미애 작가는 즉각적인 행위의 수공예적인 작품들을 시도했다. 언제 어디서든 작업 가능한 뜨개는 여성으로서 겪는 현실과 예술을 잇는 매개체였다. 그렇게 시작한 뜨개는 10여 년 이상 작가의 거친 손에서 동시대적인 조각 설치로 변화를 거듭해왔다.

2016년부터는 최미애 작가의 시어머니 박상해 씨가 뜨개 작업을 함께 하고 있다. 재봉과 편물로 삼남매를 키우고 살림을 일궜던 아흔이 다 되어가는 시어머니의 노련한 뜨개는 그녀의 안방이 아닌 전시장에서 또 다른 존재 가치를 증명한다.

여기에 인도네시아 반둥지역에 거주하는 40대 여성 lbu Ferlina 씨와 lbu Yannti 씨를 비롯해 현지 여성들이 작업한 뜨개를 한국으로 가지고 와서 설치 작업에 보태고 있다.

가느다랗고 연약한 한 가닥의 실들이 군집하면 질긴 내구성과 생명력을 드러내듯이 최미애 작가의 뜨개 작업은 여성 공동체의 힘과 가능성을 보여주며, 한 코 한 코 연결되는 뜨개처럼 관계 맺기를 의미한다.

이처럼 <그녀들의 연대기>는 작가 개인의 서사에서 확장하여 뿌리 깊은 가부장제 속에서 출산과 육아, 가사라는‘여성 연대기(年代記)’에 대해 환기시킨다. 하지만 온전히 그리고 담담하게 그 세월을 관통하고 있다. 90여 년 간 견고하게 버텨온 박상해 씨의 삶과 뜨개는 여느 예술보다 존엄하다. 여기에 시민참여 프로그램에 동행해준 여성들의 삶의 양태들이 얽히고설키었다. 저마다 무게를 인내해 온 생의 무늬들이다.

그래서, 박상해 씨를 작가의 이름에 올렸다. 아니, 박상해 씨 뿐 아니라 제각각 삶을 엮어가고 빚어가는 우리 모두는 찬란한 예술가이다.

전시기획_조사라





작가노트

지속과 순환에 관하여


수 만 번 행위의 ‘지속’으로 형상을 갖춰 나간다. 지속의 반복으로 촘촘하게 시간들의 관계망이 모습을 드러낸다. 실에서 견고한 형상이 드러나고 다시 실이 되는 ‘순환’으로 생성과 소멸의 무한한 공간이 창출된다.

최미애 작가의 마치 수행과도 같은 지속과 순환의 연속적인 움직임은 뜨개의 행위로 가시화되며, 형상을 갖춰나가는 결과물들은 새로운 시간과 공간 속에서 관계들을 엮어낸다.

이는 앙리 베르그손(Henri Bergson)의 지속과 닮았다. 앙리 베르그손은 끊임없는 질적 변화의 연속으로 지속을 말한다. 과거를 보존하며 현재로 연장하면서 미래를 개방하려는 기억의 운동이다. 1) 작가의 뜨개는 지속과 순환 속에서 새롭게 사유하는 시공간으로 분열을 거듭하며,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를 유영한다.

왜 그토록 작가는 뜨개를 떠왔던 걸까? 뜨개의 응집되고 축적된 시공간은 과연 무엇일까? 날실과 씨실의 노동집약적인 행위로 실체화되는 것들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기표들이다. 전시관에 뜨개로 제작된 연잎과 나무 기둥, 심장, 가방 등의 가벼운 조각이 구현되었다.

천장에 흐드러진 연잎의 형상들을 바라보자. 연못 아래로 바라보았던 연잎이 천장에 펼쳐져있다. 인간의 욕망어린 이기적인 시선이 아닌 진흙 속에서도 성장해나가는 연잎의 무던한 시점이다. 연잎의 군집들, 마치 군도(群度)처럼 무리지어 존재감을 발산하는 연잎들은 집단 속에 어울려 더욱 강렬한 생명력을 발산하는 우리를 은유한다.

그 아래 힘겹게 뿌리내린 나무 기둥은 또 어떤가?

관람자와 대면하는 나무기둥은 허공을 토양삼아 힘껏 버티고 있다. 인고의 시간을 견뎌온 한 그루의 개체에게서 숭고한 주체성이 감지된다. 위태로워 보이지만 결코 위태롭지 않는 견고한 생명력이 느껴진다. 보이지 않는 깊은 곳에서 뿌리를 품고 잎을 피워내는 강인함은 삶을 대하는 방식과 닮았다.

이처럼 최미애 작가는 풍경들이 변주되어 시간과 공간이 정지된 듯한 가상의 공간을 창조해낸다. 미셸 푸코(Michel Foucault)가 말한 현실에 존재하는 장소이면서도 모든 장소들의 바깥에 있는 헤테로토피아가 전개된다. 비현실적이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세계는 사유와 성찰이 증폭되고, 다층적인 관계들로 치유와 위로가 산포하며, 관람객과 뜨겁게 상호작용하며 공명한다.

전시관을 방문한 관람객은 연잎과 나무 기둥 설치의 노동집약적으로 직조된 뜨개에서 관계와 연대를 목도하게 된다. 만개한 연잎과 굳건하게 직립한 나무 기둥은 여성들의 삶과 일상을 반추하는 사유와 사색적 공간이자 느슨한 연대의 장으로 작동한다. 지금 이 순간, 작가의 멈추지 않은 뜨개처럼 존재의 확인은 깊어지며, 관계 형성을 위한 지속과 순환은 거듭된다. 과거에 저당 잡힌 폐기된 직물에서 얻어낸 재활용한 질료들이 생명력을 얻으며, 이 또한 미래의 어느 순간, 시공간이 해체되고 또 다른 형상으로 관계와 연대는 생성될 것이다.



가장자리의 미학…연대는 어떻게 지속되는가?


1970년대 초 미국 등지에서 차별적인 사회 구조를 비판하고 여성 권리를 주장하는 페미니즘이 본격적으로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미국의 미술사학자 린다 노클린(Linda Nochlin)이 1971년 아트뉴스에 '왜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존재하지 않았는가?'라는 글을 게재하면서 미술계도 거대한 흐름을 타게 되었다. 이후 다양한 방식으로 페미니즘 미술 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그동안 견고하게 구축되어온 남성 중심적인 미술사에서 여성들의 서사를 기록하고자 분투가 시작된 것이다. 당시 여성주의 미술에서 연대의 문법은 사회적이고 공적으로 작업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렇다면 정작 우리는 어떻게 연대를 지속해야 하는가?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절감했듯이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위해서는 연대가 더욱 절실한 시점이다. 여기에 모인 여성들의 미미한 연대가 나비효과가 되어 지역 공동체의 유대로 확산되길 바란다. 그 실천으로‘가방 뜨개 프로젝트’에서 제작된 가방 판매 수익금으로 여성의 꿈을 응원하고자한다.

과거 생계 수단이었던 뜨개는 여성들이 응집하는 현대적 매체로 재해석되며 여성의 연대를 구체화하고 성장발전을 지원하는 물적 토대로서 역할을 한다.

더 나아가 여성에서 확장되어 가장자리의 연대가 절실한 시점이다. 중심이 아닌 변방에서 촉발되는 작은 연대는 더욱 가치를 지닌다. 개발에서 보존으로 전환의 시점에 있으며, 갈수록 커져가는 빈부와 정보의 격차 등 양극화 속에서 지구촌이 연대해야 할 마지노선에 위태롭게 서 있다. 특히 올해 초 코로나-19 여파 속에서 생태와의 공존에 대해서도 깊게 성찰해보아야 할 것이다.

최미애 작가의 작품은 낡은 뜨개물의 실을 풀어 재활용하기도 하고, 용도 폐기된 뜨개물을 재해석해 설치하는 생태 친화적이며, 예술 생산의 과정 속에서 폐기물들을 최소화한다.

마이클 라코위츠(Michael Rakowitz)가 노숙자들이 따뜻하게 머무를 수 있는 풍선 구조물을 건물 배기구에 연결한 <파라사이트> 프로젝트를 추진했듯 최미애 작가 또한 거리의 현수막을 활용해서 임시 거치소 제작 등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실천하고자 한다.

조르조 아감벤(Giorgio Agamben)이 도래하는 새로운 공동체를 특정 정체성으로 규정되지 않는 평화롭게 연대하는 삶의 형태로 보았듯 여성과 남성, 동양과 서양, 정주민과 이주자 등의 이분법적 구분을 넘어 주체적인 인간으로서 존재 자체가 존중받는 공동체의 비전을 기다리고 꿈꾼다.




풍경을 잇다(2019)




작가노트


내가 바라보는 일상의 풍경은 소박하면서 진실 되며,

어딘가 감춰진 본질과 삶의 진리를 찾는 내면의 풍경이기도 합니다.

그런 풍경들이 뜨개라는 나만의 조형언어로 실체를 갖게 되었습니다.

안은 비어서 약해보이고 소박해보이지만,

결코 약하지도 소박하지도 않습니다.

날실과 씨실이라는 뜨개의 움직임이 임계점에 달해야 비로소 형상을 갖춥니다.

얽히고설킨 관계와 반복된 뜨개질의 축적된 시간들로

비어있지만 오히려 더욱 풍성해지는 아이러니를 지닙니다.

가느다란 실이 형상을 갖춰나가는 작업은

우리네 삶처럼 힘들고 지난한 과정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버리면 버릴수록 채워지는 삶을 체험합니다.

이런 게 인생의 역설이 아닐까 합니다.







숨을 잇다 (2019)





Family in the Shadow Ⅲ (2018)